글
신변잡기
신변잡기를 쓰게 될 줄... 블로그는 이러라고 있는 거지만 왠지 나에겐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교육팀 일은 이번 달이면 끝날 예정이다. 데이터를 파고들수록 에러가 자꾸 보여서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는 건 함정...... 내가 가고 난 뒤 무언가 발견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으리란 생각에 답답한 마음 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시험지 재분배를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끝내는게 맞지 ㅠㅠ
서베이 2차 엔트리도 거의 마무리 중이다. 다른 팀이 도와줬는데, 썩 맘에 드는 프로세스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끝나가긴 한다. 1차와 2차 엔트리를 비교하면 필시 누락된 데이터가 엄청나게 있을 터. 그거 다시 엔트리하는 것도 일주일은 걸리지 싶다. 내내 미루고만 있던 재작년 데이터 엔트리... 까지 하고 나면 우리 팀 일은 끝.
하지만 내 일은 남아있다. 우리 방 안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종이더미들 정리하는 것. Blood sample result distribution하는 것. KF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지원한 우리 팀 만약에 붙으면(붙으면..ㅎㅎ) 칠판이랑 천장 교체 업체 계약하고 학교장 미팅하는 것. 이거 다 이번 달 안에 가능할까?
처음엔 5월 마지막 주에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에 치여서 정리도 다 못 한 채 찝찝한 마음으로 떠나는 것은 싫다. 해서 티켓을 6월 초로 잡을까 싶다. 정말 떠난다는 마음을 먹으니 여러 생각이 든다.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앞으로 한국에서의 생활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여기서 못다 한 것들에 속상하기도 하고.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는게 맞다. 힘들어, 힘들어, 돌아가고 싶어, 나 이거 왜 하고 있는 거야, 하며 인내하는 시간이라 생각했건만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어서 그런건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왜 그리도 치열했나 싶다. 그냥 아무튼지 흘러갔을 시간인데, 열심히 고뇌하며 이겨낸 내가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 안쓰럽기도 하다. 많이 배운 만큼 상처도 많이 받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감사하다. 내게 주어진 이 모든 것들과, 어려움 결국 이겨냈음에. 일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꽤나 다르다 할 수 있을 것같다. 달라지는 것, 결국 내가 원하고 선택한 것이었다. 조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생겼다. 다만 확실하다는 것이 가능성을 제한하고 틀 안에 갇힌다는 뜻도 된다는 걸 경계하자.
말라위에서의 삶을, 인연을, 배움을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하겠다. 사람도, 환경도, 문화도 너무나 다른데 나는 아직도 너무나 유연(보다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는 없나...)하다. 지키고 싶은 것들을 끝내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지켜내고 싶다는 자신의 느낌을 인식하고 결심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노력을 요하는 일인지. 생각은 얼마나 쉽게 바뀌고 의지는 부러지는지.
그런데 그 사람이라는 게 또 어떤 면에서는 얼마나 변하지를 않는지. 타인에 대해서는 포기하는 법을, 자신에 대해서는 지켜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게 아직까지도 내겐 모순처럼 느껴진다. 엄마는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리라 생각하지 말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친절이라고. 나는 다 알만한 걸 구구절절 설명하는 사람들이 너무 싫었는데, 그래서 사근사근한 사람이 못되는 걸까. 나는 다 알지만 너는 모를테니까, 라는 생각이야말로 이중적이라 싫었는데, 지금 문득 떠오르기론 '안다>모른다'의 도식이 잘못된 것같다. 아하......
아무튼, 이걸 얘기하려 한 건 아니었는데. 신변잡기란 좀 더 가볍고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닌가. 막 달에 스트레스 많이 받아 배가 아프다고 징징대려 했는데, 나도 참...
명치쪽을 쥐어짜듯 아픈건 간호사 일하면서 생긴 증상인데, 교대근무 안하면 좋아질 줄 알았더니 외려 빈도는 더 잦아지는 것같다. 밥 먹은지 두세시간 지나면 생기기 시작해서, 열 시간 열두 시간쯤 지속됐었는데 오늘은 만 하루까지 넘어왔다. 나이트 근무하면서 너무 아팠던 어느 날은, 응급실 내려가 부스코판 처방 받아와 병동에서 맞으며 일했었다. 내 환자 걱정돼서 응급실에 누워있지는 못하고... 경구약도 먹어봤지만 역시 주사약이 직빵이었다.
그 때만큼 심하진 않지만, 더 오래 지속된다. 이젠 정말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같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위염이나 변비가 그리 심한 것같진 않는데. 여기 병원엔 내시경도 없는데 진경제가 있을리 만무하다. 어제 밤엔 자다가 너무 심해져서, 비몽사몽간에 농구공 위에 올라가 배마사지를 했다 ㅋㅋ 좀 낫는가 싶더니 다시 아프며 온 몸이 뻣뻣한 느낌이라, 마사지받으러 다녀왔다. 내가 애용하는 마디디 롯지. 한국 돌아가면 위내시경을 하고 요가를 배워야겠다.
'프로젝트 말라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국간칼럼] 중재 전 사정의 중요성 (0) | 2018.05.27 |
---|---|
[나국간칼럼] 말라위 소개 (2) | 2018.05.07 |
칼럼? (0) | 2018.04.26 |
Biocair에서 뜬금없는 전화 (0) | 2018.01.30 |
그냥 어느 날, 말라위의 노을 (0) | 2018.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