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느 날, 말라위의 노을

프로젝트 말라위 2018. 6. 7. 02:00

금요일은 거의 늦게 퇴근하게 된다. 데이터 엔트리며 남은 일들을 최대한 일단락짓고 나서 주말을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난 금요일에도 사무실에서 저녁을 먹었고, 잠깐 산책에 나섰다. Canengo에 위치한 우리 사무실에서 사업지역인 chimutu쪽으로 난 길을 걸어가다 보면, 들판이 쭉 펼쳐진다. 사무실에선 볼 수 없는 해 지는 모습을, 그 곳에선 가리는 것 없이 볼 수 있다. 2018년 2월의 어느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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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er's market in lilongwe

프로젝트 말라위 2018. 6. 7. 01:59
4월에 작성했으나 인터넷이 좋지 않아 올리지 못했던 글 ㅠㅠ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토요일에 woodlands라는 곳에서 farmer's market이 열린다. 주로 외국인들이 많은데, 요즘 점점 현지인 장사꾼도 늘어가는 것 같다. 집에서 구운 파이와 잼, 와인에서 찐빵, 스시같은 음식은 주로 외국인들이 판다. 반면 그림이나 공예품, 치텐제라는 현지 천으로 만든 파우치나 가방 등은 현지인들이 판다. 물론 밀알이나 amayi같이 현지인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와 홍보를 동시에 하는 단체들도 온다.

이렇게 버스킹 공연도 한다. 매 달 같은 팀이 비슷한 노래를 하는 듯...ㅎㅎ 바로 뒤에선 주최측 (?) 롯지에서 커피를 판다.
 

수숫대로 만든 바구니와 장식품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물용 치텐제 파우치를 잔뜩 샀다. 한 가게에서 파는 걸 몽땅 싹슬이하듯 사면서 많이 깎을 수 있었다 ㅎ.ㅎ 남자들 선물로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이쁘고 실용적이니 좋을 거라 생각하면서...

그리고 정말 오랫만에 화장 한 기념.

점점 못생겨진다. 한국 가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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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국간칼럼] 중재 전 사정의 중요성

프로젝트 말라위 2018. 5. 27. 05:10
[나는 국제간호사다]카페에 올린 칼럼


오늘은 사진을 먼저 보여드리고~ '중재 전 사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 일화를 말씀드릴게요.


참, 옷들이 다들 화려하죠? 저 프린트 천을 'Chitenze'라고 합니다. 옷으로 재단해서 만들어 입기도 하지만, 그냥 둘둘 감아 치마처럼, 때로 담요처럼, 돗자리로, 포대기로, 가방으로 용도가 넘나 다양한 생활 용품입니다.


건물... 건물을 보세요. 여긴 건물이 다 이렇습니다. 벽돌을 쌓아 회반죽칠하고, 천장에 슬레이트 얹으면 끝. 전기 시설, 수도 시설 이런거 걱정할 필요가 없는게 애초에 없으니까요... 책걸상이 없으니 바닥에 그냥 앉는게 당연하고... 저희 듬직한 직원께서 비타민 복용법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입니다. 

ㅋㅋㅋ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는 사진입니다 ㅋㅋ 현지 친구들에게 사진 찍어달라 부탁하면, 참 각자 개성있게도 찍어주곤 하죠. 이 친구는 한꺼번에 많은 걸 담으려 노력했나 봅니다. 


2차 병원인 대양 병원에(한국 재단입니다) 비타민 전달하는 모습입니다. 저희 엄마들 오면 전해주라고 부탁드리고요. 항상 저희와 협력해주시고 도움주시는, 여러모로 고마운 병원, 재단입니다. 간호사 선생님 뒤에 작은 냉장고 보이시죠? 지역 보건소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여기의 시스템을 알려드리자면, 각 지역 health center가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해요. 
거기서 refer를 받아 2차 병원으로, 그리고 해결이 안되면
3차 격인 Kamuzu Central Hospital로 갑니다. 카무주는 국립병원인데 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이에요.
UNC(university of north carolina)에서 운영하는 lab도 있고, 각 국가에서 파견나온 외국인 관계자들이 많이 있는 듯해요.


위의 사진들은 모두, 제가 모자보건 사업할 때, 지역사회 캠페인을 하러 나갔던 날이었어요.
mobile clinic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도 따라갔죠.
역시나 엄마들이 많이 모여 있었어요.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하는 날이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주사 바늘을 무서워하지 않아서요.(ㅎㅎ;;)

왜냐면, 제가 혈액검사 팀도 맡았었는데, 사람들이 피 뽑는걸 사탄으로 여겨 검사를 거부한다 했거든요.
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유독 루머가 심한 지역이 있었어요. 저 지역도 그 중 하나였고요.
몇 달 뒤의 일이지만, 말라위 남부 지역에서 뱀파이어 소문이 돌아서 누명을 쓴 사람들이 실제로 죽기도 했어요.
정말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어떤 이유로 뱀파이어라 지목하고, 때려 죽이는 거에요.
무섭지 않나요? 아직도 그런 미신이 통하는 곳이 바로 여깁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모든 사람이 미신을 믿고, 피 뽑는걸 거부하는 건 아닙니다.
병원 진료를 마다하지 않고,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 또한 굉장히 많습니다.
뱀파이어 루머에 대해서 현지인들도 혀를 끌끌 차며, 사람들 정신차려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죠.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사람들마다 각자 의견이 다르고 개성이 다양하잖아요?
이 종교를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선택의 문제라 존중해주지요.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는대, 정말 구시대적이고 비인간적이야'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1. 한국인이라고 모두 먹는 것이 아니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2. 개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타 문화권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비난당할 이유는 없다.
정도로 반박할 수 있잖아요? 애초에 '개고기를 먹는다'는 단 하나 에비던스를 가지고서,
'한국인은 구시대적이고 비인간적이다'는 결론이 난다는 것부터가 코웃음나겠죠.
마찬가지로, 여기 이 곳도 절대 한 두 마디 단어, 프레임으로 정의가 불가능해요.

모두들 당연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여기 살면서, 스스로 쌓은 편견들을 많이 마주했어요.
몇 번 보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는데도, '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만하듯이.
'와 정말 이런거조차 없고 안되는구나'하면서, 자연스럽게 '당연히 안될거야, 나는 알아'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어, 생각보다 잘 하고 있네?'하고 놀라는 경우가 있는 거죠.


어젠 새로운 교육 사업을 계획하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피드백도 하는 겸 장학사 미팅을 했어요.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아 그런데 이건 중요하진 않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하는 소린데
우리 다음번에는 알벤다졸(구충제)을 줄까 해, 6개월마다 한 번씩 챙겨먹는게 정말 중요하거든"이라 했는데
"우리 그거 이미 하고 있어. School Health Nutrition Coordinator가 있고, 학교마다 담당 교사도 있어.
6개월마다 알벤다졸/프라지콴텔 주고 장부도 관리해. 랜덤으로 대변 검사도 하고. 한 번 볼래?" 하는 거에요.
충격...... 그 대변 검사 결과가 어디서 어떻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까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고 심지어 지켜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구충제 예산을 당장 빼야겠어요. 이런 부끄러운 일이.

해서 한 두 마디로 여긴 이렇다, 얘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건, 사전조사가 너무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안되겠지, 필요하겠지"라고 생각해서 마냥 주면 안돼요.
그랬다가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마이너스일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들었던 예시인데, 어느 곳 어느 재단에서 마을에 우물을 지어주었다고요.
아낙들이 양동이이고 물 길러 가는 데 몇 시간씩 쓰니까, 마음이 아팠겠죠.
그런데 몇 달 후, 새로 지은 멀쩡한 우물을 마을 사람들이 직접 허물었다 해요.
이유는? ......
물 길러 가는 시간이 아낙들의 유일한 도피처였는데, 그걸 앗아가 버렸다는 거죠.
가부장제와 폭력성이라는 문화적 특성, 주민들의 needs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해서 결론; 제대로 된 '사정'없이는 '중재'가 무의미할 수 있음을, 항상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어제 제가 느끼고 반성했던 문제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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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국간칼럼] 말라위 소개

프로젝트 말라위 2018. 5. 7. 21:49
"말라위를 소개합니다"
나는 국제 간호사다,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


말라위의 지리적 특성과, 얼마나 못사는 나라인가에 대한 몇 가지 fact들...

지표들은 업데이트를 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사진! 언제나 중요한 사진, 언제나 찍기 귀찮은 ㅠㅠ


지난 번 인사드렸듯, 저는 지금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연구기반 NGO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말라위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혹시 김수지 박사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한국인 최초로 국제간호대상과 나이팅게일 기장을 수상하신 분이죠. 
그 분께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간호대학 학장으로, 몸바쳐 일하셨던 곳이 바로 이 곳, 말라위입니다.
저는 그 재단/병원은 아니고, 협력 관계에 있는 다른 재단에서 일하고 있어요.
지금 말라위에는 각국의 NGO들이 상당히 많이 파견되어 있습니다. 한국 NGO도 물론 많이 있어요.


말라위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입니다. 
2015년 기준, 1인당 GDP 371.9 USD로, 193개국 중 190위를 차지했죠. 즉 가장 못 사는 나라 3위였던 겁니다. 
2014년 기준 기대 수명은 62.72세, 평균 교육 연한 4.3년, 교사 대 학생 비율 1:85 등 대부분 지표가 최하위권입니다.

아프리카, 하면 다 못 사는 나라같지만 그 안에서도 국가별로 차이가 천차만별입니다.
일단 아프리카 대륙 자체가 엄청나게 커요. 일반 지도는 북반구 위주로 그려져있기 때문에, 
남반구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축소되었죠. 
'큰 나라'의 대명사인 북아메리카, 중국, 인도를 다 때려넣어도 남는 크기가 바로 아프리카 대륙입니다.

일단 크게는 사하라 사막 이북과 이남으로 나뉘는데, 원조는 주로 sub-saharan에 집중되죠. 
sub-saharan이어도 다 같은 나라가 아닌데, 특히 남아공(South Africa)의 경우엔 꽤 잘 사는 나라에 속합니다. 
외국인 거주 비율도 높고, 제조업, 관광, 정보통신이 발달했어요. 
광물 등의 자원과 물자가 풍족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입니다.
남아공과 나이지리아, 수단은 사하라 이남에서 잘 사는 나라들로, 3대 시장으로 꼽힙니다.

잘 사는 나라들을 보면, 일단 자원이 풍족한 것 같아요. 바다를 끼고 있어 무역이 발달했고, 관광업도 잘 되죠.
탄자니아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공항부터가 어쩜 말라위와 이렇게 다른지... 격세지감이었어요.
(언젠가 탄자니아 놀러 간 얘기도... 해도 되나요?ㅎㅎ 넘나 좋은 곳인데!!)
물론 탄자니아 공항도 인천 공항에 비하면 새 발에 피도 안되지만요,
고층 건물이 거의 없는 여기서 몇 달을 살다가 처음 에스컬레이터를 본 소감은....ㅎㅎ 감탄스러웠을 뿐.
말라위는 내륙국가로, 바로 옆의 모잠비크, 탄자니아, 잠비아에 비해서 많이 못살고 있습니다.ㅠㅠ


얼마나 못사느냐 하면... 그냥 일상에서 보이는 걸 말씀드릴게요.
일단 신발을 안신고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너덜너덜하고 찢어진 옷을 그냥 입고 다녀요.
  
사진이 왜 이렇게 찌부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동네에서 흔히 보는 애기들 모습입니다.

우리는 싼 점심으로 김밥천국에 가죠? 메뉴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잖아요.
여기서는 사람들이 매일 매일 같은 메뉴를 먹습니다. 
옥수수 가루를 끓여 만든 시마(떡같이 생겼어요), 호박잎 야채, 토마토 소스, 돈이 있으면 치킨이나 소고기 구운 것,
아니면 감자튀김과 샐러드, 보통 한 끼에 500원-800원쯤 하는데요,
메뉴 걱정은 커녕 식사를 하면 다행인 것 같습니다.

학교엔 책걸상이 너무나 부족해요. 교실도 부족해서 야외 수업을 받을 정도니까요.
학기말 시험을 보는데, 학교에서도 돈이 없으니까 학생에게 700원씩 인쇄비 명목으로 걷거든요.
그걸 내지 못해서 유급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돈이 없다기보다 교육이 중요한줄 몰라서 그런 걸수도 있겠죠.

책걸상이 없어 맨바닥에 앉아 수업하는 학생들입니다.


이렇게 못사는 말라위에서 제가 일하고 있습니다.
절대 원조가 부족하거나 한 건 아닌것 같은데, 사람들 말로는 부정부패때문에 돈이 다 다른데로 샜대요.
여기 정치 상황은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전직 대통령은 미국에 망명가고, 시위가 일어나고 하는 걸로 봐서,
그리고 또 사람들 사이에 '기회 되는 대로 떼먹자'는 마인드가 만연한 걸로 봐서, 
말라위가 여태 못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네요..... 에휴...
황석환선생님께서 지난 번 올리신 칼럼, 저도 정말 100% 공감합니다.
만난 지 십 분 되었는데, 사람들이 저에게 '나 돈 좀 줘, 너 돈 많잖아'는 식으로 뻔뻔하게 나오면
(실제로 엄청나게 많이 그럽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저도 곱게만 보이지는 않는게 사실이에요. 그러면 안된다고 따끔하게 말하긴 하지만.

이렇게 된 게 누구 잘못이라 해야할 지. 
아무튼 그렇습니다, 여기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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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프로젝트 말라위 2018. 5. 6. 23:24

신변잡기를 쓰게 될 줄... 블로그는 이러라고 있는 거지만 왠지 나에겐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교육팀 일은 이번 달이면 끝날 예정이다. 데이터를 파고들수록 에러가 자꾸 보여서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는 건 함정...... 내가 가고 난 뒤 무언가 발견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으리란 생각에 답답한 마음 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시험지 재분배를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끝내는게 맞지 ㅠㅠ

서베이 2차 엔트리도 거의 마무리 중이다. 다른 팀이 도와줬는데, 썩 맘에 드는 프로세스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끝나가긴 한다. 1차와 2차 엔트리를 비교하면 필시 누락된 데이터가 엄청나게 있을 터. 그거 다시 엔트리하는 것도 일주일은 걸리지 싶다. 내내 미루고만 있던 재작년 데이터 엔트리... 까지 하고 나면 우리 팀 일은 끝. 


하지만 내 일은 남아있다. 우리 방 안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종이더미들 정리하는 것. Blood sample result distribution하는 것. KF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지원한 우리 팀 만약에 붙으면(붙으면..ㅎㅎ) 칠판이랑 천장 교체 업체 계약하고 학교장 미팅하는 것. 이거 다 이번 달 안에 가능할까?

처음엔 5월 마지막 주에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에 치여서 정리도 다 못 한 채 찝찝한 마음으로 떠나는 것은 싫다. 해서 티켓을 6월 초로 잡을까 싶다. 정말 떠난다는 마음을 먹으니 여러 생각이 든다.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앞으로 한국에서의 생활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여기서 못다 한 것들에 속상하기도 하고.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는게 맞다. 힘들어, 힘들어, 돌아가고 싶어, 나 이거 왜 하고 있는 거야, 하며 인내하는 시간이라 생각했건만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어서 그런건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왜 그리도 치열했나 싶다. 그냥 아무튼지 흘러갔을 시간인데, 열심히 고뇌하며 이겨낸 내가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 안쓰럽기도 하다. 많이 배운 만큼 상처도 많이 받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감사하다. 내게 주어진 이 모든 것들과, 어려움 결국 이겨냈음에. 일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꽤나 다르다 할 수 있을 것같다. 달라지는 것, 결국 내가 원하고 선택한 것이었다. 조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생겼다. 다만 확실하다는 것이 가능성을 제한하고 틀 안에 갇힌다는 뜻도 된다는 걸 경계하자.


말라위에서의 삶을, 인연을, 배움을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하겠다. 사람도, 환경도, 문화도 너무나 다른데 나는 아직도 너무나 유연(보다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는 없나...)하다. 지키고 싶은 것들을 끝내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지켜내고 싶다는 자신의 느낌을 인식하고 결심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노력을 요하는 일인지. 생각은 얼마나 쉽게 바뀌고 의지는 부러지는지. 

그런데 그 사람이라는 게 또 어떤 면에서는 얼마나 변하지를 않는지. 타인에 대해서는 포기하는 법을, 자신에 대해서는 지켜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게 아직까지도 내겐 모순처럼 느껴진다. 엄마는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리라 생각하지 말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친절이라고. 나는 다 알만한 걸 구구절절 설명하는 사람들이 너무 싫었는데, 그래서 사근사근한 사람이 못되는 걸까. 나는 다 알지만 너는 모를테니까, 라는 생각이야말로 이중적이라 싫었는데, 지금 문득 떠오르기론 '안다>모른다'의 도식이 잘못된 것같다. 아하......


아무튼, 이걸 얘기하려 한 건 아니었는데. 신변잡기란 좀 더 가볍고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닌가. 막 달에 스트레스 많이 받아 배가 아프다고 징징대려 했는데, 나도 참... 

명치쪽을 쥐어짜듯 아픈건 간호사 일하면서 생긴 증상인데, 교대근무 안하면 좋아질 줄 알았더니 외려 빈도는 더 잦아지는 것같다. 밥 먹은지 두세시간 지나면 생기기 시작해서, 열 시간 열두 시간쯤 지속됐었는데 오늘은 만 하루까지 넘어왔다. 나이트 근무하면서 너무 아팠던 어느 날은, 응급실 내려가 부스코판 처방 받아와 병동에서 맞으며 일했었다. 내 환자 걱정돼서 응급실에 누워있지는 못하고... 경구약도 먹어봤지만 역시 주사약이 직빵이었다.

그 때만큼 심하진 않지만, 더 오래 지속된다. 이젠 정말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같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위염이나 변비가 그리 심한 것같진 않는데. 여기 병원엔 내시경도 없는데 진경제가 있을리 만무하다. 어제 밤엔 자다가 너무 심해져서, 비몽사몽간에 농구공 위에 올라가 배마사지를 했다 ㅋㅋ 좀 낫는가 싶더니 다시 아프며 온 몸이 뻣뻣한 느낌이라, 마사지받으러 다녀왔다. 내가 애용하는 마디디 롯지. 한국 돌아가면 위내시경을 하고 요가를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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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로젝트 말라위 2018. 4. 26. 16:42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며 알게 된, 일과 공부에 열정적인 어느 선생님께서 얼마 전 카페를 새로 만들었는데, 내가 아프리카 관련한 칼럼을 써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하셨다. 칼럼이라니, 단어가 거창한데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것보다도, 내가 여기서 경험하고 느끼고 배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내 마음과 생각이 일단 정리가 잘 되지 않아 어려운 일로만 보인다.


나는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다 왔고 미국에 또 간호사로 갈 거지만, 여기서는 엄밀히 말해서 간호사로서 일을 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맡은 직책, 프로젝트 매니저는 간호사인 나 뿐 아니라 보건, 경제,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른 여러 전공자들의 지원에 열려있다. 어떤 팀을 맡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사무실에서 데이터와 연구 관련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주이다. 매일 산모들, 아기들, 부모, 초등학생, 선생님을 만나서 중재하고 서베이하는 것은 현지 인력으로 구성된 필드 팀이고, 우리 매니저들은 그 필드 팀들이 문제 없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매니지하는 것, 모아 온 데이터가 얼마나 타당한지 관리하는 것 등의 일을 한다.


물론 사무실 운영 제반에 관련하여 코이카 등의 펀딩 소스에 회계 보고하는 것, 교수님과 데이터 관련하여 회의하는 것, 약국이나 인쇄소나 차 렌탈 업체 등과 거래하는 것, 협력단체나 정부 부처에 필요사항 요청하고 협조하는 것 등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모되는 주요 업무들이다. 하지만 우리 단체의 정체성은 그냥 '국제 개발 사업 수행'이 아니라 '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기반으로 한 국제 개발'이기 때문에, 대부분 PM들이 가장 배우고자 하는 것은 '연구 사업'이다. 수많은 국제개발 NGO 중에 하필 프로젝트 말라위에 지원한 것은 아무래도 그 차별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오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은 이유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키워드는 '보건'과 '연구'였다. (그렇게 보니 '국제 개발'은 최우선순위가 아니었구나...) 한국에서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 재미와 보람은 있었지만,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내가 가진 열정과 재능(이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니 실말같은 재능의 잠재성...정도라 할까)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되었다. 학교에서 배운 학문으로서의 간호,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간호사상과 병원 환경 안에서의 현실 사이의 괴리는 너무나 컸다. 데이터, 통계, 연구는 학부 때부터 즐거웠던 주제였고, 간호에 회의가 느껴져 보건을 선택한 것이었다.


여기 와서 정말 힘들었지만 한편 정말 많이 배웠다. 연구 사업의 운영과 관련한 경험적 지식 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학생회나 동아리나 병원 경험에서 충분하다 생각했지만, 인간관계란 끝없는 탐구인것 같다),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 사람들과 사는 것, 다시 간호학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 정말 작게는 미니멀라이프의 체득까지(매일 같은 옷에 선크림만 바르고 맑은 하늘보며 출퇴근하다가, 이쁘고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 끊임없이 소비를 자극하는 광고영상, 소음과 먼지로 가득한 대도시에 돌아가니 어찌나 정신사납던지). 


이렇게 보니, '간호사로서' 혹은 '국제개발하는 사람으로서'라는 단어가 나와 내 경험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연구사업에 발가락정도 담궈 본 꼬맹이 지원자로서' 혹은 '학문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년 백수로서'가 차라리 어울린다. 이 관점에서 글을 써 봐야 겠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hopefully sooner or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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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cair에서 뜬금없는 전화

프로젝트 말라위 2018. 1. 30. 21:19

Blood Sample collection이 끝나고, UNC lab에 보관되어있던 샘플들을 독일 랩으로 배송시켜야 했었다. 나는 이 팀 맡은지 한 달 밖에 안됐는데, 냉장고에 있는 샘플들 다 꺼내서 카운트하고, 매칭시켜서 라벨링 다시 하고, 배송업체 알아보고 하느라 부담이 많이 됐다. 하지만 다행히 급한 일은 아니어서, 차근차근 하다보니 다행히도 진행이 잘 되었고 작년 말 결과까지 받아볼 수 있었다.

 

아무리 0.1ml, human serum이지만 피는 피니까, UN 허가 스티커를 붙여야하고 또 가는 길에 녹지않게 포장을 잘 해야하고 뭐 되게 복잡해보였다. 독일 랩에서 추천하는 method는 사실 간단해서, thicker than 5cm wall의 스티로폼 박스에, 드라이아이스 5kg이면 충분하다 했다. 그래봤자 총 200ml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 비행기에 타는 그 어떤 승객의 피나 마찬가지고, 더 위험하거나 더 독성 물질을 함유했다고 볼 수 없다 했다. 사실 맞는 말이지... 그러나 말라위의 Fedex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는 말은 쏙 빼놓고, 무조건 안된다고, 혈액 샘플은 비행기에 실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답답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근데 여기서 스티로폼 박스 구하는 것도 큰 일이긴 했다 ㅋㅋ 드라이아이스는 어차피 남아공에서 수입해야 했다. DHL은, 안그래도 special hazardous material shipping 서비스를 시작하려 했다며, 적극적으로 미팅에 나섰지만 이래서 어쩌고 저래서 어쩌고 중간에 흐지부지됐다. 결국 처음에 연락했던 special carrier company들에 연락했다. 두 회사 모두 몇천 달러의 견적을 냈는데, 한 곳은 심지어 드라이아이스를 90kg로 잡아놨다. 이건 말도 안된다, 5kg면 충분하다 그랬다, 견적 낮춰달라 아무리 메일을 보내도 묵묵부답... 그나마 30kg까지 낮춰서 2000달러에 계약했다. 내가 직접 들고 독일까지 가는게 제일 싸고 믿을만하지 않을까, 한참 고민했었다 ;;

 

아무튼 아무 탈 없이 배송이 잘 됐고, 결과 잘 나왔으니 해피엔딩이었다. 그런데 오늘, 뜬금없이 남아공에서 전화가 왔다. Biocair인데, 남겨준 후기 봤다고, 무엇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냐고, 꼬치꼬치 물어보더라. 뭐지, 후기 열심히 남겨줬다고 상이라도 주는건가? 하고 잠깐 기대했는데, 고맙다며 별 말없이 끊었다 ㅋㅋㅋㅋ 아무리 여러번 얘기해도 커뮤니케이션 안되고, 견적 안낮춰주고, 독일 랩에서 연락오길 이 정도 드라이아이스면 몇 주라도 괜찮았을거라 했다며, 아무튼 배송 잘 해줘서 고맙지만 그건 좀 문제였다고 했다. 배송 완료된지 두 달이나 다 돼서 뜬금없는 고객서비스라니, 진작에 이렇게 전화줄 것이지.

 

이제 내일부터 엄마들에게 결과 알려주려고 팀 준비하는 중인데, 마침 오늘 전화가 왔다. 그래, 아무튼 잘 배송해줘서 고맙다. 중간에 없어지거나 문제라도 생겼으면, 일 년 넘게 별 루머에 다 시달려가며 열심히 모았던 샘플, 무용지물 될 뻔했다. 결과 배달도 탈없이 잘 끝났으면... 이제 5개월 남은 내 계약도 무사히 마무리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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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느 날, 말라위의 노을

프로젝트 말라위 2018. 1. 29. 01:58

금요일은 거의 늦게 퇴근하게 된다. 데이터 엔트리며 남은 일들을 최대한 일단락짓고 나서 주말을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난 금요일에도 사무실에서 저녁을 먹었고, 잠깐 산책에 나섰다. Canengo에 위치한 우리 사무실에서 사업지역인 chimutu쪽으로 난 길을 걸어가다 보면, 들판이 쭉 펼쳐진다. 사무실에선 볼 수 없는 해 지는 모습을, 그 곳에선 가리는 것 없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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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처음 나갔던 날, Birth Outcome Team

프로젝트 말라위 2018. 1. 26. 20:26

2017년 7월 14일, 프로젝트 말라위에 와서 처음 필드 나갔던 날

 

반 년 지났을 뿐인데, 느낌이 많이 다르다.

깨지고, 절망했던 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은 책 제목이지만

안다고 달라졌을까? 고생할 것 각오하고 떠났던 길이니, 시시때때 닥치는 어려움을 회피하진 않겠다.

그 어려움들이, 떠나오기 전의 상상과 너무나 다르다는 맹점이 있지만.

 

그 어려움이란 필드에서, 헐벗고 굶주린 아기들에게서, 애쓰는 만큼 보이지 않는 야속한 결과들에서,

나 한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벽 앞에 부딪혀 느끼는 절망에서 올 줄 알았다.

 

하지만 꽤 잦은 빈도로 밤잠을 설치게 하는 고민들은 주로

함께 사는 사람들, 오피스 직원들과의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문제,

말도 안되는 시스템과 비효율적인 업무처리,

나의 미래, 진학 문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답답한데 벗어날 데 없는 작은 도시,

말하고 나니 부끄럽고 한심한, 지극히 작고 개인적인 것들이다.

 

아무튼 힘들긴 힘들었다. 지금도 힘든 과정 중에 있다.

다른 곳에 풀기 어려워 그런지 몰라도, 고민 하나 하나를 정말 치열하게 물고 뜯고 곱씹게 된다.

그러다 Prof. Holy Glory께서 정말 좋은 일 하고 있다며, 고맙다며, 진심으로 칭찬해 주실 때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무엇이었나, 당장의 고민들이 조금은 작아지는 걸 경험한다.

 

잘 하고 있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느 방향으로든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라 믿고 싶다.

 

 

아래는, 첫 날부터 (친절하게도) 나를 가장 먼 곳으로 데려가 준, 

그래서 걷다 걷다 지쳐 쓰러지게 한, 

Birth Outcome팀의 fied work

 

 

가는 길엔 비교적 멀쩡한 상태였다.

 

 

 

사진찍는 걸 알고, 멋있는 척하는 Benson

7월은 건기 중이라, 흙먼지가 엄청 휘날렸다.

이 날 입었던 흰 티는 그날 바로 노란색이 되었다.

 

 

 

가장 먼 HSA(지역단위)는 여기서 멀기만 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크고, 각 마을과 각 집들 사이도 많이 떨어져 있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길이 많아서 차를 적당한데 세우고 걸어가는데,

이 날은 구비구비 저런 언덕을 40분 걸어 갔었다.

 

 

 

드디어 도착한 마을. 

원래는 총천연색이었을 치텐제(널려있는 천)가 색이 다 바랬다.

벽돌집도 있지만,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일수록 저런 집이 많다.

수숫대와 짚으로 엮어 지은 집.

 

 

 

색깔도, 무늬도 다양한 치텐제라는 저 천을

치마로, 포대기로, 이불로, 보자기로, 가방으로, 아무튼 별 용도로 사용한다.

 

 

 

본격적으로 여기 온 목적을 실현하려는 Benson

엄마의 health passport를 받아 정보를 확인한다.

 

 

 

Baseline 팀이 임신 초기 엄마들을 서베이 대상자로 등록하면

Intervention 팀이 산전, 산후 중재를 한다.

Birth Outcome 팀은 그 중간 기점인 출산을 detect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

 

 

 

엄마의 키, 몸무게, MUAC(middle upper arm circumstance)도 잰다.

그리고 Intervention팀에 출산 정보를 줘서 엄마가 산후 중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출산 관련한 간단한 서베이 질문들도 있는데,

진통이 언제 시작됐는지, 정상 질식분만인지 C/S이었는지,

모유수유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

왠지 모르게 아저씨들 뿐인 우리 Birth Outcome팀이지만 잘 물어서 잘 해온다.

숫자에 약해서 산수는 맨날 틀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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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파견준비 - 짐싸기

프로젝트 말라위 2017. 7. 3. 22:37
드디어 본격적으로 제대로 짐을 싸야만 할 때가 왔다... 그 동안 어떤게 필요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고 물건도 엄청나게 사댔더랬지. 쇼핑이 지겹다 생각한 건 첨이었다. 사족이지만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 소비습관을 제대로 뜯어 고쳐 오겠다. 입지 않았고 입지 않을 옷들이 어찌 그리 하찮게 많은지.

거실 한 쪽에 쌓여만 가던 짐 산을 이제 이민가방과 대형 캐리어에 나눈다. 에티오피아항공은 23kg 2개까지 위탁 가능하다. 선크림 * 1년치, 스킨&로션&수분크림&헤어팩 * 1년치, 명색이 간호사인지라 이것저것 챙긴 상비약&드레싱물품이 가장 무겁다. 캐리어는 무게, 이민가방은 부피위주로 넣었는데 각각 2/3 지점에서 이미 20kg을 초과했다. 먹을 건 하나도 넣지 못했는데...! 23kg를 너무 타이트하게 맞추면 티케팅하다 리젝당하고 공항 한복판에서 살림살이 뒤집는 부끄러움을 맛볼 수 있으니, 짐을 더 빼기로 한다.

대폭 수정했다. 특히 옷은 가짓수를 크게 줄였다. 공책과 피우는 모기향과 코푸시럽은 반만, 우산과 판초는 아예 뺄까 싶다. 그리하여 정리된 거의 최종 리스트.


<기내용 - 배낭, 노트북가방, 크로스백>

노트북&충전기, 이북리더기, 외장하드, usb, 이어폰, 시계, 핸드폰, 미러리스 카메라, 디카, 외장배터리, 여분 핸드폰, 간단한 세면도구, 옷 한 벌, 텀블러, 다이어리, 자물쇠, 달러, 각종 서류(국제운전면허, 황열예방접종확인표, 여권사본, 이티켓, 여행자보험, 범죄사실조회확인서, 여권사진, 보안카드)


<부치는 수하물 - 이민가방, 캐리어>

오리털 침낭, 여름 이불
모기장 2개, 피우는 모기향, 모스키토 밀크, 버물리
멀티탭, 각종 충전기, 종류별 건전지, 휴대용 드라이버, 펜라이트
비타민, 상비약(지사제, 진통제, 감기약, 위보호제, 소화제, 항생제 등), 드레싱물품(소독약, 거즈, 드레싱폼, 반창고, 붕대, 손수건, 연고 등)
선크림, 클렌징류, 로션류(스킨은 액체라 하나만), 대용량 수분크림, 앰플&팩 다량(팩 선물이 엄청 들어왔는데 모이니 꽤 무겁다), 헤어팩, 기초화장품(비비샘플, 립 하나, 컨실러 하나, 화장은 포기... 피부나 잘 보존하면 다행이지 싶다)
필터 샤워기, 리필용 필터, 전동칫솔, 치간칫솔, 치실, 샤워볼, 때수건(ㅎ), 면도기, 드라이기
등산화, 샌들, 운동화, 쪼리
수건, 양말, 등산장갑, 챙 넓은 모자, 수영복, 선글라스, 반짇고리
반팔티 여러개, 긴팔티2, 후드, 얇은 패딩, 가디건, 셔츠2, 반바지2, 긴바지2, 청바지2, 치마2, 정장, 운동복, 잠옷(수면바지, 냉장고바지), 속옷, 여성용품 -- 입다가 버리고 올 수 있게 너무 아깝지 않은 옷들
공책, 필기도구, 휴대용 스탠드, 블루투스 스피커, 빨래망, 종이봉투, 머리핀, 고무줄, 손톱깎이, 락앤락, 지퍼팩, 비닐봉투
고추장, 고춧가루, 라면, 믹스커피 등 먹을 것 넣을 수 있는 만큼


하 많다...... 아무리 고민했어도 막상 가면 부족한 것, 넘치는 것 있겠지. 잘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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