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가든루트 로드트립] 4일차 _ George

번지점프 후... 눈물을 닦고 ㅋㅋ 먼 길을 나섰다. 일단 50km 달려 Pletteberg bay로 돌아가 점심을 먹었다. 유심도 사고(4일차인데 이제 ㅋㅋ), 도시 구경도 하고 40킬로를 달리니 Knysna. 원래는 knysna에서 50킬로 떨어진 Wilderness national park에 갈 예정이었으나, 내셔널파크 너무 많앜ㅋㅋㅋ 라는 이유로 또 스킵. 숙소인 George까지 그냥 쭉 운전해서 갔다.


도중에 휴게소를 들렀는데, 옆 차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Oudtshoorn 산다고 하셔서, 오 우리 내일 갈거에요 했더니 좋은 숙소 소개해주시겠다며 ㅋㅋ 마침 숙소가 없던 참이었는데... 그리고서 한국에서 왔다 했더니 자기도 십여 년 전에 한국 살았었다며... 신기한 인연. 재밌는 대화였다.

George에 도착했는데, 도시가 되게 컸다. Plettenberg와는 또 다른 느낌의 도시. 여기는 더 크고 넓고 건물 사이가 널찍하고 뭔가 미국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높은 건물은 하나도 없었으나... 에어비앤비를 찾아가 주인과 인사하고, 빨래하고, 숙소 바로 옆이 유명한 식당이라길래 갔다. 구글 평점이 엄청나게 높고 리뷰가 많은 곳이었다. 근데 진짜롴ㅋㅋㅋㅋㅋ 와 대박 이 가격에 이 맛이라니! 메뉴 당 이삼만원쯤 했던 것 같은데, 맛은 호텔 레스토랑 저리가라였다. 물소 스테이크랑 생선 어쩌고를 먹었는데 둘 다 너무너무 맛있었고 오이로 만든 음료도...! 웬 오이 음료야 했는데 알로에랑 비슷한 듯하면서도 삼삼한 맛이 좋았다.

신남신남~!!


그리고서 쇼핑몰에 갔다. 쇼핑몰에 목이 말라있던 상태라 ㅋㅋㅋ 구경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클릭스가서 하나라도 놓치기 아쉬워 샅샅이 훑어보고. 무려 영화관까지 있어서, 쥬만지3를 봤다. 아프리카에 로드트립하러 가서 굳이 영화를 보냐 하겠지만, 말라위에는 영화관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ㅠㅠ 영화관 스크린 자체가 넘 신기했다. 물론 시작하고 얼마 안지나서 화면이 꺼지고, 오분 쯤 있다가 처음부터 다시 틀어주는 황당한 일이 있긴 했지만 ㅋㅋ 남아공이 아무리 유럽같대도, 이런 때 보면 아프리카는 아프리카다. 하지만 이런 음식에 이런 쇼핑몰이 있는 곳! 그런데 바다도 산도 들판도 아름다운 곳. 국립공원에 사자가 있는 곳. 매력 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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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국간칼럼] 중재 전 사정의 중요성

프로젝트 말라위 2018. 5. 27. 05:10
[나는 국제간호사다]카페에 올린 칼럼


오늘은 사진을 먼저 보여드리고~ '중재 전 사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 일화를 말씀드릴게요.


참, 옷들이 다들 화려하죠? 저 프린트 천을 'Chitenze'라고 합니다. 옷으로 재단해서 만들어 입기도 하지만, 그냥 둘둘 감아 치마처럼, 때로 담요처럼, 돗자리로, 포대기로, 가방으로 용도가 넘나 다양한 생활 용품입니다.


건물... 건물을 보세요. 여긴 건물이 다 이렇습니다. 벽돌을 쌓아 회반죽칠하고, 천장에 슬레이트 얹으면 끝. 전기 시설, 수도 시설 이런거 걱정할 필요가 없는게 애초에 없으니까요... 책걸상이 없으니 바닥에 그냥 앉는게 당연하고... 저희 듬직한 직원께서 비타민 복용법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입니다. 

ㅋㅋㅋ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는 사진입니다 ㅋㅋ 현지 친구들에게 사진 찍어달라 부탁하면, 참 각자 개성있게도 찍어주곤 하죠. 이 친구는 한꺼번에 많은 걸 담으려 노력했나 봅니다. 


2차 병원인 대양 병원에(한국 재단입니다) 비타민 전달하는 모습입니다. 저희 엄마들 오면 전해주라고 부탁드리고요. 항상 저희와 협력해주시고 도움주시는, 여러모로 고마운 병원, 재단입니다. 간호사 선생님 뒤에 작은 냉장고 보이시죠? 지역 보건소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여기의 시스템을 알려드리자면, 각 지역 health center가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해요. 
거기서 refer를 받아 2차 병원으로, 그리고 해결이 안되면
3차 격인 Kamuzu Central Hospital로 갑니다. 카무주는 국립병원인데 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이에요.
UNC(university of north carolina)에서 운영하는 lab도 있고, 각 국가에서 파견나온 외국인 관계자들이 많이 있는 듯해요.


위의 사진들은 모두, 제가 모자보건 사업할 때, 지역사회 캠페인을 하러 나갔던 날이었어요.
mobile clinic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도 따라갔죠.
역시나 엄마들이 많이 모여 있었어요.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하는 날이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주사 바늘을 무서워하지 않아서요.(ㅎㅎ;;)

왜냐면, 제가 혈액검사 팀도 맡았었는데, 사람들이 피 뽑는걸 사탄으로 여겨 검사를 거부한다 했거든요.
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유독 루머가 심한 지역이 있었어요. 저 지역도 그 중 하나였고요.
몇 달 뒤의 일이지만, 말라위 남부 지역에서 뱀파이어 소문이 돌아서 누명을 쓴 사람들이 실제로 죽기도 했어요.
정말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어떤 이유로 뱀파이어라 지목하고, 때려 죽이는 거에요.
무섭지 않나요? 아직도 그런 미신이 통하는 곳이 바로 여깁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모든 사람이 미신을 믿고, 피 뽑는걸 거부하는 건 아닙니다.
병원 진료를 마다하지 않고,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 또한 굉장히 많습니다.
뱀파이어 루머에 대해서 현지인들도 혀를 끌끌 차며, 사람들 정신차려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죠.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사람들마다 각자 의견이 다르고 개성이 다양하잖아요?
이 종교를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선택의 문제라 존중해주지요.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는대, 정말 구시대적이고 비인간적이야'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1. 한국인이라고 모두 먹는 것이 아니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2. 개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타 문화권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비난당할 이유는 없다.
정도로 반박할 수 있잖아요? 애초에 '개고기를 먹는다'는 단 하나 에비던스를 가지고서,
'한국인은 구시대적이고 비인간적이다'는 결론이 난다는 것부터가 코웃음나겠죠.
마찬가지로, 여기 이 곳도 절대 한 두 마디 단어, 프레임으로 정의가 불가능해요.

모두들 당연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여기 살면서, 스스로 쌓은 편견들을 많이 마주했어요.
몇 번 보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는데도, '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만하듯이.
'와 정말 이런거조차 없고 안되는구나'하면서, 자연스럽게 '당연히 안될거야, 나는 알아'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어, 생각보다 잘 하고 있네?'하고 놀라는 경우가 있는 거죠.


어젠 새로운 교육 사업을 계획하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피드백도 하는 겸 장학사 미팅을 했어요.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아 그런데 이건 중요하진 않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하는 소린데
우리 다음번에는 알벤다졸(구충제)을 줄까 해, 6개월마다 한 번씩 챙겨먹는게 정말 중요하거든"이라 했는데
"우리 그거 이미 하고 있어. School Health Nutrition Coordinator가 있고, 학교마다 담당 교사도 있어.
6개월마다 알벤다졸/프라지콴텔 주고 장부도 관리해. 랜덤으로 대변 검사도 하고. 한 번 볼래?" 하는 거에요.
충격...... 그 대변 검사 결과가 어디서 어떻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까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고 심지어 지켜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구충제 예산을 당장 빼야겠어요. 이런 부끄러운 일이.

해서 한 두 마디로 여긴 이렇다, 얘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건, 사전조사가 너무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안되겠지, 필요하겠지"라고 생각해서 마냥 주면 안돼요.
그랬다가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마이너스일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들었던 예시인데, 어느 곳 어느 재단에서 마을에 우물을 지어주었다고요.
아낙들이 양동이이고 물 길러 가는 데 몇 시간씩 쓰니까, 마음이 아팠겠죠.
그런데 몇 달 후, 새로 지은 멀쩡한 우물을 마을 사람들이 직접 허물었다 해요.
이유는? ......
물 길러 가는 시간이 아낙들의 유일한 도피처였는데, 그걸 앗아가 버렸다는 거죠.
가부장제와 폭력성이라는 문화적 특성, 주민들의 needs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해서 결론; 제대로 된 '사정'없이는 '중재'가 무의미할 수 있음을, 항상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어제 제가 느끼고 반성했던 문제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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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가든루트 로드트립] 4일차 _ 눈물의 번지점프

으악 ㅠㅠ 눈물의 번지점프...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고 무섭다.

전 날 예약이 다 차있어서 하지 못했던 번지를 하러...! 굳이 온 길을 돌아갔다. 등록을 하는데, 몸무게를 매직으로 손등에 적어준다 ㅋㅋㅋㅋㅋㅋ 아잉 부끄러 하지만 부끄럼도 잠시, 안전장비를 하고서 다리로 걸어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기 시작한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번지점프라는 악명(?)답게, 다리부터가 너무너무 무섭다. 다리 가장 위쪽은 차가 다니고, 그 아래쪽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게끔 길이 나 있는데, 말이 길이지 아래 협곡 바닥이 까마득히 보이는 철조망과 난간으로 만들어 진, 두 사람이 겨우 걸어갈 만한 폭의 길이다. 


다리 중간 쯤 도착하면 번지점프를 뛰는 곳이다. 각 시간 별 뛰는 사람들이 한 그룹이 되어 한 번에 나오고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뛰고 다시 이 곳으로 끌어 올려지기 전까지 돌아갈 수 없다. 그런데 협곡 사이로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추위와 바람으로 덜덜 떨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래도 이 땐 웃고는 있다. 팔을 벌리고 점프대 앞까지 가서는 너무너무 못뛸 것 같은데, 내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돌아갈 수도 없고... 날 잡아준 사람들이 거의 밀다시피 해서 떨어지는데, 바닥이 너무나 까마득했다. 떨어지는 그 느낌보다도, 엄청난 높이가 더 무서웠던 것 같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ㅠㅠ 높이 그 자체가 무서운 거여서, 다 떨어지고 끌려 올라오는 그 과정에서도 계속 넘나 무서웠다. 다 올라온 순간에서야 눈물이 터져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펑펑 울어버렸다 ㅋㅋㅋㅋㅋㅋ ㅠㅠ


다시는 번지점프 못 할 것 같다 ㅜㅜ 하지만 좋은 경험... 좋은... 경...험...... 흐엉


가격은 인당 990 rand. 가격 대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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